
오늘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르까프와 공군의 대결이 있었다
2대2로 팽팽한 대결을 펼치던 두 팀은, 마지막 에이스결정전에 각각
오영종과 임요환을 내보낸다
오영종 死神토스, 전어토스(가을철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두각을 나타낸다, 가을엔 전어..)
임요환 테란의 황제, 그분, R급 테란(강자는 종종 잡는데 약자에게 어이없게 져서 S도 A도 B도 아닌 R)
둘은 이미 so1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붙어서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적이 있다
그때 오영종이 임요환을 3대2로 이기면서 로열로더가 됐지
(로열로더는 스타리그에 처음 올라온 사람이 우승까지 먹는 걸 말한다)
프로리그 우승을 노리는 르까프 팀으로서도,
2승밖에 하지 못한 꼴찌팀 공군으로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 판이었다
결과는 치열한 공방 끝에 오영종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런 경기는 단지 오영종과 르까프의 승리만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의 승리가 아닌가 싶다
손에 땀을 쥐며, 매순간 감탄을 내쉬며, 심장이 터질만큼 아슬아슬한 경기...
오늘따라 카메라는 여성팬들의 표정을 엄청 많이 보여줬는데
임요환이 승기를 잡을 때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다가
임요환이 패색이 짙어지니
손으로 입을 막고 안타까워하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돌리고 울고, 고개를 떨구고
하는 모습들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그만큼 모두가 임요환이 보여주는 경기에 감동했었다
그렇다고 오영종은 그냥 들러리였는가? 하면 절대 아니었지
임요환만큼은 아니지만, 오영종 역시 엄청난 팬을 가진 프로게이머다
오늘 경기를 보고 문득 느낀 점은,
오영종이야말로 임요환의 후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임요환의 후계자가 누구일지,
임요환의 뒤를 이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몰이를 이어갈 자가 누구일지,
의견이 분분했고 다들 그 후계자를 기다려왔었다
김택용이 처음 스타리그에 올라왔을 때
김태형 해설은 김택용이 임요환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까 언급한 적이 있다
임요환-박정석 등등을 잇는, 연예인 같은 외모의 소유자이며
스타리그에 처음 올라와서 미칠 듯한 실력을 선보인 로열로더 후보 김택용
그러나 8강(맞나?)에서 엄하게 이병민에게 져서 물건너갔었다
(이병민은 정말 찬물 끼얹는 데 뭐 있다. 김택용 멋지게 이기더니
그 다음 이윤열에게 허무하게 패배. 그러니 인기가 없지. 그후 김택용은 잠수하다가 뜬금없이
msl의 흥행수표인 성전聖戰 강민 대 마재윤을 무산시키며 깜짝 우승했다
만약 스타리그 4강까지만 김택용이 갔어도, 그의 인기는 지금과는 크게 달랐을 듯)
그런데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오영종처럼, 외나무다리를 걷는 듯한, 천길 절벽 위에 걸쳐진 밧줄을 타는 듯한
그런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승리를 이끌어내는 자가
진정한 임요환의 후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테란에게 유리한 맵을 뚫고 양대리그 우승에 근접했던 마재윤이라든지
조금씩 성장해서 끝내 우승문턱까지 도전한 변형태라든지
5전3선승제에서 2패를 먼저 안고도 3연승으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김준영이라든지
이런 선수들이야말로 임요환이 보여준 감동을 이어가는 자들이 아닐까?
오늘 김태형이 한 말
'가을의 전설의 주인공은 임요환 선수입니다'
임요환은 그간 가을마다 김동수, 박정석, 오영종의 프로토스에게 결승전에서 지면서
그들이 프로토스의 영웅이 되는 데 일조해왔다
그 셋이 상대가 임요환이 아닌 결승전을 치뤘다면, 과연 지금의 위치에 있을까?
임요환, 당신은 오늘 경기에는 패배했지만
진정한 스타크래프트의 승리자다
(아 오랜만에 넘 진지하게 썼더니 얼굴근육이 땡긴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