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25 : 소시데뷔600일 + 보물섬


으이구 개구쟁이들ㅋㅋㅋ
오늘은 소시가 데뷔한지 600일이 되는 날이다
축하한다얘들아(/^^)/


* * *


지난 일요일에 EBS에서 재방영한 보물섬이 막을 내렸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보물섬.
나는 내 평생의 영화로 보물섬과 빨간머리앤을 꼽고는 했다
빨간머리앤은 스무살이 넘어서 제대로 봤기 때문에 명작인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보물섬은 조금 달랐다. 너무 어렸을 때 본 기억밖에 없어서 정말 명작인지,
아니면 어릴 때 받은 강한 인상 때문에 추억으로 남은 작품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물론 데자키 감독의 다른 걸작들
- 집없는 소년, 내일의 죠,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을 생각하면 보물섬도 걸작인 것이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 딱히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됐다. 이제 알 수 있어.
보물섬은 최고의 명작이었거든
내 인생을 바꿔놓은 몇 작품 중의 하나인 보물섬은 거짓이 아니었어
어렸을 때 봤던 만화영화 한 편에 인생이 결정나 버린 멍청한 녀석
한데 내 결정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니...;ㅁ;

보물섬은
히치콕만큼이나 정교했고
스콜세즈보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며
쿠스트리차보다 가슴을 울렸다

이건 어쩌면 절대 극영화에서는 불가능한 영상미학일지도 모르겠다
그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극단적인 앵글, 역동적인 카메라웤, 트뤼포보다 아름다운 정지화면
이런 것들이 실사배우의 얼굴에서 가능할까?
어떤 배우가 그런 클로즈업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드니로가? 드빠르듀가?
난 모르겠다

보물섬 전회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씬이라면
4개를 꼽고 싶다

1
빌리 본즈가 죽어가면서
"짐! 빌리 본즈가 마지막으로 럼주를 한 잔 마시고 싶다!"
라고 외치며 환하게 빛나는 파도 밑으로 서서히 침잠해 갔을 때

2
보물지도의 수수께끼를 풀 때 모두가 지쳐 쓰러지지만
외다리임에도 무서울 만큼 열정을 보이던 실버와

3
짐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 한 잔의 커피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아마 바뀌어 있겠지
솔직히 나도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분명 소중한 것을 찾으리라 믿지만
만약 그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쓸쓸하지 뭐냐,"
라고 패배를 인정하며 뒤돌아서던 실버와

4
10년 후에 짐과 재회하여 팔씨름 내기에서 이긴 뒤
짐이 "저에요 짐 호킨스에요"라고 외치자
"젊은이.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면 럼주 맛이 사라진다네"
라고 말하고 거리로 사라지다가
기력이 쇠진해서 날지 못하는 앵무새 플린트를 재촉하여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되뇌이던 실버의 마지막

그 모든 장면이 내 기억 속의 그것과 똑같았다


내 살아 생전에 다시 이런 걸작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이런 걸작에 비견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내 인생에서 아무 것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다
보물섬을 빨간머리앤을 아라비아의로렌스를
비틀즈를 미스터칠드런을
그런 것들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 나이 될 때까지.

그리고 지금도 앞만 보고 가고 있다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인생은 정해졌어
보물섬을 본 뒤부터.
난 후회없다
명작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것이 너무나 기쁠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나는 언제든지 날 수 있다~!!




아 오랜만에 넘 진지한 얼굴로 글 썼더니 턱이 다 아프네ㅋㅋㅋ
근데 EBS보물섬 마지막에 넘 실망했다
보물섬 마지막 씬, 바로 위의 저 실버 얼굴 정지화면(하모니컷)
저걸 짤라 버린 것이 아닌가?!!

어이구 미쳐;;;
저 장면은 한 10초...아니 뭐 좋다 5초 정도는 보여준 다음에
서서히 페이드아웃해야지;;;
어떻게 장편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고의 명장면을 뚝 자르고 내보네냐;;;

명작만화 줄줄이 편성하더니...많이 실망했다
나 예전 같앴어봐...EBS에 사제폭탄들고 쳐들어갔다ㅋㅋ
대학교 영화써클 시절에 그 유명한 '제3의 사나이' 보는데
비디오테이프에 마지막 명장면이 없는 거 아냐;;;
제3의 사나이는 그 장면 보려고 보는 거라고!!

그때만큼이나 황당한 보물섬 마지막이었다
EBS피디는 반성해라

아 얼렁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야겠다
그때 내가 보물섬이 명작이라 말하면 다들 귀기울이겠지??ㅋㅋㅋ
유명해져야할 목표 하나 더 생겼다^^)/



덤으로 오늘의 친친 탱디줴 강디줴
에휴 겸댕이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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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nelis | 2009/03/25 22:32 | 일상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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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른하늘 at 2009/03/26 00:01
아.. 그러고보면..
어찌보면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게 아닌 만화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님, kis님처럼 진면목을 알아봐주는 소년&소녀들이 있을거라 생각했을 수도...

그간 잘 지내셨는지^^
너무 노시느라 포스팅 잊으신건 아닌가 했네요 ㅎ
Commented by kisnelis at 2009/03/26 10:44
놀긴커녕 잠만 자고 할 게 없어서 포스팅 못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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